사진이야기

사진 (1) 인공위성(이리듐 플레어)을 찍어보자

hletrd 2014. 1. 6. 22:29

오늘은 인공위성을 촬영하는 법에 대해 알아보자.


필자의 집 앞에서 담은 플레이아데스 성단. 사실 도심에서 이러한 별이나 성운을 보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카메라를 새로 사면 으레 하곤 하는 일이 별을 찍는 것일 것이다. 일주사진이거나, 별자리거나, 무엇이라도 말이다.

그런데 도심 속에 살다 보면 사실 별을 보기는 쉽지 않다.

금성 정도는 쉽게 보일지 몰라도, 별은 아무리 그 별이 1등성이라도 보기가 대우 힘들다.



영동대교 위에서 찍은 일주운동. 10초 노출 사진 214장을 합쳐 만들었다. 암울하게도 백조자리의 데네브 외에는 눈에 띄는 별이 없다.


그래서 도심지에서 찍을만한 것으로 추천되곤 하는 것이 인공위성, 그 중에서도 '이리듐 위성'이다. 이리듐 위성은 위성 휴대전화 서비스를 전 지구에서 제공하고자 하는 이리듐 계획을 위해 발사된 66개의 위성들을 말하는데, 모든 위성이 3개의 대형 안테나를 가지고 있다. 그 안테나들은 1x2m 크기의 밝은 거울과 같이 되어 있는데, 반사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각도가 잘 맞을 경우 이리듐 위성에서 반사된 빛이 지구에서 보일 때가 있다. 이를 '이리듐 플레어'라고 한다.



이리듐 위성. 3기의 대형 안테나를 가지고 있는데, 이들이 태양광을 반사한다.

CCL 저작자표기 라이센스, 원 저작자


이리듐 플레어는 위치가 좋을 경우 -9.4등성까지 빛나는데, 이는 전천에서 가장 밝은 별인 시리우스보다도 1500배나 밝은 것이다. 게다가 이리듐 위성은 지구 궤도를 초속 7.4km로 선회하고 있기 때문에, 빛나면서도 계속해서 움직인다. 때문에 이리듐 플레어를 장노출로 담을 경우 아래와 같은 사진이 나온다.


필자가 촬영한 이리듐 플레어. 2대의 인공위성이 짧은 간격을 두고 연이어 지나갔다.

첫 번째 위성은 중간쯤부터 찍기 시작하는 바람에 잘렸다.



그렇다면 이제 이리듐 플레어를 촬영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우선 인공위성이 지나가는 장면을 담아야 하므로 삼각대는 필수이고, 수동으로 노출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카메라가 필요하다.


그리고, http://www.calsky.com/cs.cgi?obs=93256780559113&c=&cha=1&rcha=12&rsec=8&rsub=0#site 에 접속하자.



먼저 빨간 표시를 본인의 관측 지점에 놓고, (이리듐 플레어는 불과 수십km의 범위에서만 보이기 때문에 관측 지점을 정확하게 설정하는 것은 필수이다.) Click Here을 누르자.



그리고 페이지 맨 아래에 있는 'go!' 버튼을 눌러 위치를 설정하자.


설정이 완료된 뒤 http://www.calsky.com/cs.cgi/Satellites/8 에 들어가면 설정될 위치에서 볼 수 있는 이리듐 플레어의 목록이 표시된다. 얼마의 기간 동안 표시할지는 페이지 위에 있는 Duration에서 설정해 주면 된다. (단, 일주일 이후 정보는 오차가 커질 수 있으므로 신뢰하지 않는 것이 좋다.)

기본적으로 인공위성은 태양광을 반사해서 빛나는 것이기 때문에 일출 전 1시간 반 정도와, 일몰 후 1시간 반 정도동안만 관측이 가능하다. 

다음으로는 각 이리듐 플레어마다 나와 있는 시간과 Magnitude(등급(밝기))를 보고, 관측할 이리듐 플레어를 고르자. 참고로 -1등급정도의 밝기는 되어야 눈에 잘 띄고, -4~-5등급정도는 되어야 사진이 예쁘게 나온다. (위 사진의 경우 -5.4등급 정도의 플레어를 촬영한 것이다.)


사이트에는 이리듐 위성 외에 COSMO-SkyMed 위성의 플레어에 대해서도 나오지만, 그 위성은 촬영하기 상당히 곤란하므로 깔끔히 포기하도록 하자.

필자는 이리듐 플레어도 여러 차례 찍어보고, COSMO-SkyMed 위성의 플레어도 몇 차례 찍어 봤지만, COSMO-SkyMed 위성은 정말 길게 움직인다. 이리듐은 천천히 이동하며 밝았다 어두워지기 때문에 풍경과 함께 찍으면 매우 예쁘게 나오지만, COSMO-SkyMed 위성은 (크롭 바디 기준) 18mm의 화각에도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크게 움직이고, 그리 밝지도 않다.


필자가 촬영한 COSMO-SkyMed 위성의 플레어. 위치를 다소 잘못 맞추어 플레어의 중심은 찍지 못했다.

웬만해서는 담지 않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사항, 아래처럼 웬 나침반처럼 생긴 그림이 황색으로 표시된다면 낮에 플레어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여명 때도 겨우 보일까 말까 한데, 낮에는 죽어도 안 보이니 그냥 포기하자.



찍을 플레어를 골랐다면, 아주 정확한 시계를 준비해야 한다. 필자 같은 경우 폰에 ClockSync라는 앱을 설치하여 사용하는데, 어떻게든 2~3 초 오차 이내로 매우 정확한 시계를 준비하면 된다. (라디오의 시보 방송이나, TV의 시보 방송은 실제 시각에 비해 약간 늦으므로 추천하지 않는다.) UTCk v3.1를 이용하여도 좋다.


그리고 원하는 플레어의 위성 이름을 누르면 아래와 같은 그림이 표시되는데, 축소 버튼을 누르고 주위 별자리를 잘 확인해 두자.





아니면 http://www.heavens-above.com/SelectLocation.aspx?lat=0&lng=0&loc=Unspecified&alt=0&tz=UCT 에서 본인의 위치를 설정하고 'Update'를 누른후, http://www.heavens-above.com/IridiumFlares.aspx 에서 원하는 플레어를 선택하면 아래와 같은 성도를 볼 수 있는데, 이 사이트에는 모든 플레어가 표시되지 않으니(빠져 있는 경우가 꽤 있다.) 참고하자.




이제 플레어 발생 20분정도 전에 미리 밖에 나가고, 플레어의 중심을 향해 카메라를 고정시키자. 노출시간 20초, 조리개 f/4 기준 ISO는 100정도를 주면 적당한 밝기가 나온다. 초점거리는 정조준할 자신이 있다면 200mm도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30~50mm정도로 설정하자. 같이 담을 풍경이 있다면 더 넓게 설정해도 상관은 없다.

아마 별자리를 바탕으로 위치를 찾기가 상당히 힘들 것이다. 특히 여명 시간대라면 더더욱 그러한데, 이 경우 사이트에 나오는 Azimuth(방위각)과 Altitude(고도)를 기반으로 잘 맞추거나, 달이나 금성, 목성과 같이 밝은 천체를 기준으로 어떻게 잘 하는 수 밖에 없다. 사실 이 부분은 어느 정도 익숙해져야 하는 것이니 몇 번 찍어 보면 된다(...)


그리고, 시계를 잘 보자. 이리듐 플레어의 경우 사이트에 나온 시간보다 약 10초 전에 셔터를 누르면 된다. (당신이 정 COSMO-SkyMed 위성을 찍으시겠다면 노출시간을 40~50초로 하고 사이트에 나온 시간 20~30초 전에 셔터를 누르면 된다.) 릴리즈가 있다면 Bulb를 사용하여도 괜찮다. 그리고 카메라가 향한 방향에서, 천천히 밝아지는 별 같은 게 보일 것이다. 그게 위성이다.


이리듐 플레어를 보여주는 움짤(...) 실제 이렇게 보인다.

CCL 저작자표시-변경가능, http://en.wikipedia.org/wiki/User:Icycomputer


Bulb 셔터라면 위성이 사라진 다음 셔터를 닫아주고, 아니라면 찍힌 사진을 확인하자.

아마 다소 밝을 것이다. 이는 RAW로 찍은 뒤 적절히 후보정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혹은 여명 시간대였다면 하늘이 푸르스름하게 나오므로 나쁘지 않다.)


다른 천체사진들과 다르게 이리듐 플레어는 도심에서도 쉽게 관측 가능하니 한두번 즈음 도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홈즈 혜성(안테나 왼쪽)과 이리듐 플레어.

CCL 저작자표시-변경가능, 원 저작자


야경과 이리듐 플레어.

CCL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가능, 원 저작자 (참고로 이 분은 ISS나 다른 위성들도 즐겨 찍으시는 듯 하다. 이리듐 플레어를 찍으려는 사람이라면 한 번 구경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