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로 사진을 찍기 전 으레 확인하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아마 그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을 꼽자면 구도와 노출, 초점이 있을 것이다. 요즘 나오는 카메라들이야 LCD위에서 모든 걸 해결하고, 노출과 초점은 자동으로 다 잡아주지만(심지어 최근 나오는 α57이나 α58은 얼굴을 인식해서 구도까지도 스스로 잡아준다더라.) 초기의 카메라는 그걸 어떻게 해결했을까.
먼저 노출은 셀레늄이나, 황화카드뮴(CdS) 등의 감광 소자를 활용한 노출계가 많았다. 하지만 카메라의 역사와 함께하는 건 노출계보다는 뷰파인더이니 이 글에서는 뷰파인더를 중심으로 설명하겠다.
우선, 뷰파인더란 사진을 찍기 전 찍힐 사진을 미리 예상하여 구도와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하는 장치이다. DSLR이라면 다 달려 있을 것이고, 일부 미러리스 카메라도 전자식 뷰파인더가 달려 있는 제품이 많다. 현대의 뷰파인더는 구도와 초점뿐만 아니라 내부에 디스플레이를 내장하여 카메라의 다양한 설정값까지 미리 보여주는 뷰파인더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초기 카메라의 뷰파인더는 현재와는 다르게, 아래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초기 카메라의 뷰파인더. 뷰파인더가 카메라의 위쪽에 별도로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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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데 카메라의 렌즈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채 설치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뷰파인더에는 커다란 단점 한 가지가 있었는데, 바로 초점과 줌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물론 요즘 나오는 카메라들은 별도로 달린 뷰파인더라도 줌과 초점을 지원하는 경우가 있긴 하나 논외로 치자). 줌을 당기거나 초점을 맞춰도 뷰파인더를 통해 보여지는 상에는 아무 변화가 없는 것이다. 초창기 카메라는 줌을 지원하는 제품이 거의 없었으니 그렇다 쳐도, 초점을 맞추지 못했던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때문에 이러한 파인더를 갖춘 카메라는 대부분 목측식이나 RF카메라이고, 자동 초점을 지원하는 경우 적외선이나 초음파를 통해 피사체와의 거리를 감지하게 된다.
필자가 종종 사용하곤 하는 야시카 35-ME. 렌즈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링을 볼 수 있다.
초점은 1m, 1.5m, 3m 등의 눈금 표시를 보고 감으로 맞추어야 한다.
목측식 카메라란 눈 목(目)자에 헤아릴 측(測), 즉 눈대중으로 초점을 맞추는 카메라이다. 피사체를 미리 확인하고 거리를 가늠한 다음, 초점을 적절히 맞추고 사진을 찍는 것이다. 당연히 초점을 정확하게 맞추기는 매우 어렵다. 필자도 위 카메라를 사용하며 찍은 사진의 대부분은 초점이 나가서 버릴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초점 맞추기의 불편을 해소하고자 RF카메라가 등장했다. RF카메라는 Range Finder, 즉 거리계를 내장한 카메라이다. 거리계라고 해서 별 건 아니고, 삼각 측량으로 거리를 측정하는 장치이다. RF카메라의 뷰파인더의 대물렌즈가 두 개이고, 접안렌즈가 하나로 되어 있다. 그래서 RF카메라의 뷰파인더는 두 대물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이 겹쳐 보이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러한 뷰파인더로 초점이 맞지 않은 상태에서 피사체를 보면 아래 사진의 왼쪽과 같이 두 대물렌즈로 들어온 빛이 서로 어긋나 보이고, 초점이 정확히 맞으면 아래 사진의 오른쪽과 같이 대물렌즈로 들어온 빛이 완전히 겹쳐진다.
RF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본 상. 초점이 맞지 않은 상태(왼쪽)와 초점이 맞은 상태(오른쪽)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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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말이 쉽지 RF카메라로 초점을 맞추는 것은 엄청난 내공을 요구한다. 풍경사진과 같이 모든 피사체가 멀리 떨어져 있으면 그나마 낫지만, RF카메라로 정물사진을 찍는 건 초점 날리기 딱 좋다.
RF카메라처럼 뷰파인더로 초점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카메라는 또 있다. 바로 TLR(Two-Lens-Reflex) 카메라이다. TLR 카메라는 정확히 동일한 광학계를 두 개 놓고, 하나에는 필름을, 하나에는 포커싱 스크린이라고 불리는 흰색 판을 놓은 카메라이다. 포커싱 스크린은 마치 얇은 종이와 같이, 상이 맺히면 뒷면에 그 상이 비친다. 빔 프로젝터를 얇은 종이에 비추고, 이를 뒤에서 바라본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포커싱 스크린 뒤에는 거울이 달려 있어, 촬영자가 포커싱 스크린에 맺힌 상을 편한 각도로 볼 수 있도록 하며, 이게 뷰파인더 역할을 한다.
TLR 카메라. 두 개의 정확히 동일한 렌즈가 있고, 한쪽에는 필름, 한쪽에는 포커싱 스크린이 있는 카메라이다.
TLR카메라는 두 개의 정확한 동일한 렌즈를 톱니바퀴를 통해 연결시켜 초점과 줌이 함께 이루어지도록 되어 있다. 때문에 포커싱스크린에 비쳐 보이는 상이 초점이 맞았다면 필름에도 초점이 정확히 맞은 것이고, 포커싱스크린을 통해 배경흐림 효과를 미리보는 것도 가능하다. 드디어 찍힐 사진을 미리 보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설명한 카메라에는 공통적인 문제가 있다. 바로 실제로 사진에 찍히는 것과 뷰파인더를 통해 보이는 상이 같지 않다는 것이다. 그야 뷰파인더가 사진을 찍는 렌즈와는 별도로 떨어져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이런 뷰파인더는 멀리 떨어져 있는 물체를 촬영할 때에는 큰 문제가 생기지 않지만, 가까운 물체를 촬영할수록 뷰파인더에 보이던 상과 실제 사진에 찍힌 상이 달라지게 된다. 그래서 SLR(Single Lens Reflex) 카메라가 나왔다.
SLR카메라는 뷰파인더와 필름이 하나의 렌즈를 공유하며, 평소에는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빛을 거울을 통해 뷰파인더로 보내다가, 셔터 버튼을 누른 순간 미러를 재빨리 치우고 셔터를 열어 필름을 빛에 노출시키는 방식의 카메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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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을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평소에는 1번의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이 2번의 거울에 반사되어 5번의 포커싱 스크린에 상을 맺고, 7번의 펜타프리즘을 통해 포커싱스크린에 맺힌 상을 눈으로 볼 수 있도록 해 준다. (8번의 오른쪽에 눈이 위치하게 된다.)
그러다 셔터 버튼을 누를 경우 2번의 거울이 들어올려지고, 3번의 셔터가 열려 4번의 필름을 빛에 노출시킨 뒤 다시 닫힌다. 이후 거울은 원래 자리로 되돌아간다. (사실 초기의 SLR은 거울이 자동으로 되돌아가지 않았으며, 별도의 레버를 통해 거울을 내려 주어야 했다. 고속 리턴 미러(Quick Return Mirror)이라고 불리는 자동으로 되돌아가는 거울이 발명된 건 나중의 일이다.)
이 쯤에서 SLR이라는 단어를 다시 살펴보자. SLR은 Single Lens Reflex의 약자인데, 하나의 대물 렌즈를 사용하면서 거울을 통해 뷰파인더로 상을 보여주는 카메라만을 SLR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RF카메라나 TLR과 같이 뷰파인더를 위한 별도의 렌즈 장치를 갖추고 있는 카메라는 SLR이 아니며, 거울이 존재하지 않는 미러리스(이름부터가 Mirror less...) 역시 SLR이 아니다.
SLR카메라에서 렌즈를 분리해 보면 위와 같이 거울 하나가 딱 버티고 있다. (거울에 비친 흰 물체(?)가 포커싱 스크린이다.) 반면 미러리스는 거울이 없이 바로 센서가 렌즈 뒤에 버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때문에 SLR카메라들은 렌즈와 거울, 펜타프리즘(제조사와 모델에 따라 같은 기능을 하는 포로미러, 펜타미러 등의 장치를 사용하기도 한다.)을 거쳐 피사체를 그대로 보여주는 광학식 뷰파인더(OVF)를 가지고 있지만, 미러리스가 달고 있는 뷰파인더는 모두 센서를 통해 받아들인 빛을 다시 디스플레이해 주는 전자식 뷰파인더(EVF)이다. 전자식 뷰파인더는 센서가 받아들인 빛을 다시 출력하는 만큼 반응 속도가 다소 느리고, 해상도에도 한계가 있다. 제대로 사진을 찍는다는 사람에게 미러리스가 좋은 소리를 못 듣는 이유 중 하나다.
앞으로 미러리스를 SLR이라고 부르는 과오는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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