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의 상품 설명들을 보면 실로 대단한 마케팅 담당자의 열정을 느낄 때가 있다(나만 그런가... -_-) 특히 DSLR의 경우 다양한 기능과 함께 자사의 카메라가 탑재한 우수한 센서를 설명하기 바쁜데, 저마다 센서 크기가 어떻느니 화소가 어떻느니 하면서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곤 한다. 그런데 그러한 설명을 읽다 보면 CCD를 사용한 카메라가 있고, CMOS를 사용한 카메라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 과연 이들의 차이는 무엇일까?
2009년의 노벨 물리학상은 장안의 화제를 낳았다. 현대의 SNS를 탄생시킨 주역 두 명이 노벨 물리학상을 받게 된 것이다. 바로 광섬유를 통해 초고속인터넷의 포문을 연 영국의 찰스 가오와, CCD를 개발하여 디지털카메라를 이 자리에 있게 한 윌러드 보일, 그리고 조지 스미스이다. 특히 CCD를 탄생시킨 두 명이 없었다면 디지털 카메라는 물론이고 스캐너와 같이 사진을 정보화시키는 그 어떤 전자제품도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CCD는 기본적으로 각각의 픽셀에 빛을 받아들여 전기 신호로 변환하는 포토다이오드와, 발생한 전기 신호를 저장하는 '축전기'(게이트)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 정도로 끝내면 뭔가 허전하지 않은가. 먼저 포토다이오드의 기본 원리부터 자세히 파고들어 보자. 포토다이오드의 구조는 일반적인 다이오드와 크게 다르진 않다. 그저 P형 반도체와 N형 반도체를 붙여 놓은 소자일 뿐이다. 단, 포토다이오드는 일반 다이오드와 다른 특성이 존재하는데, 바로 빛을 받을 경우 저항이 약해지고, 심지어 기전력을 발생시키기도 한다는 것이다. CCD에서 포토다이오드는 빛에 따라 변화하는 저항값으로 스위치의 역할을 하게 되는데, 들어온 빛의 세기에 따라 양공을 발생시켜 축전기에 저장한다.
CCD가 빛을 받는 동안은 계속해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 이후 셔터가 닫히면 축전기에 저장된 전자의 수를 읽게 된다. 여기까지는 CCD와 CMOS가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전자를 읽는 과정에서 둘의 차이가 나타난다. 우선 그림을 먼저 보자.
http://solar.physics.montana.edu/nuggets/2000/001201/001201.html에 상당히 적절한 그림이 있어서 가져왔다.
위의 그림만으로 CCD의 각 축전기에 저장된 전자의 수를 읽는 방법이 모두 설명된다(...) 일반적인 CCD는 우선 맨 아랫줄부터, 각 픽셀에 존재하는 축전기마다 전자를 꺼내서 전자의 수를 읽고, 한 줄을 모두 읽었으면 세로로 전자를 한 칸씩 넘기고, 다시 한쪽 끝 가로줄을 읽는다. 이는 CCD에는 아날로그 데이터를 디지털 정보로 변환하는 AD컨버터가 단 하나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각 픽셀의 전자 수를 하나의 A/D컨버터를 통해 순차적으로 읽어나가는 것이다.
이렇게 각 줄별로 전자를 차례차례 전달해가며 데이터를 읽는 CCD의 특성상, CCD가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겪을 수밖에 없는 현상이 있다. 바로 스미어(Smear) 현상과 블룸(Bloom) 현상(블루밍 현상)이다. 스미어 현상은 CCD를 사용하는 카메라로 아주 밝은 빛을 촬영할 경우 그 빛을 통과하는 세로줄, 또는 가로줄이 보이는 현상이다.
스미어 현상과 블룸 현상.
특대형 기관차의 헤드라이트 주변에 선명하게 보이는 주황색 원이 블룸 현상이고, 헤드라이트를 궤뚫듯 지나가는 보라색 선이 스미어 현상이다.
스미어 현상이 나타나는 방향은 CCD에서 데이터를 읽는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데, 대부분의 CCD는 맨 아래 가로줄 한 줄을 먼저 읽고, 전체 픽셀의 전자를 아래로 한 칸 밀고, 맨 아랫줄 한 줄을 읽고... 와 같은 방식으로 데이터를 읽는다. 때문에 CCD의 각 픽셀마다 존재하는 축전기는 수직 방향으로 모두 연결되어 있는데, 한 픽셀이 너무 많은 빛을 받으면 축전기에 전자가 과도하게 쌓여 주변 픽셀로 넘쳐 버린다. 이 때 전자는 수평 방향보다는 주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 수직 방향으로 넘치게 되는데, 때문에 수직 방향의 밝은 선이 나타나는 것이다.
블룸 현상은 CCD로 밝은 빛을 촬영할 때 밝은 빛이 퍼져 보이는 현상인데, 마찬가지로 전자가 주변 픽셀로 넘치며 발생한다. 이 경우는 수평과 수직 방향 모두로 전자가 넘치는 것이다.
그런데 CCD가 필연적으로 겪는 현상을 CMOS는 겪지 않는다. CMOS는 축전기들을 서로 이어주는 채널이 전혀 존재하지 않고, 각 픽셀마다 아날로그/디지털 신호를 변환하는 트랜지스터가 존재하여, 받아들인 빛의 정보를 바로 디지털 정보로 외부로 보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CMOS는 CCD에 비해 각 픽셀마다 더 많은 회로가 들어가게 되고, 두 종류로 나뉘게 된다. FSI(Front-Side Illumination) 센서와 BSI(Back-Side Illumination) 센서이다.
기본적으로 플래시 메모리, DRAM과 같은 반도체 소자를 제조할 때는 아래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만든다. CCD와 CMOS도 크게 다르지는 않은데, 먼저 포토다이오드를 맨 아래층에 만든 뒤, 트랜지스터와 같은 회로들을 위로 쌓아 가며 만들게 된다. 포토다이오드는 붉은 색 빛을 제대로 받아들이기 위해서 충분한 두께(붉은색 빛은 파장이 길기 때문에 포토다이오드가 충분히 두껍지 않으면 잘 흡수되지 않는다. 때문에 천체망원경용 CCD의 경우 일반 카메라용 CCD에 비해 포토다이오드층이 1.5~2배가량 두껍다.)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포토다이오드는 맨 아래층에 만들 수 밖에 없다.
그런데 트랜지스터가 따로 없고, 별도의 회로가 매우 적은 CCD의 경우 거의 문제가 되지 않지만, CMOS의 경우 한 픽셀당 트랜지스터가 3개 이상 들어가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은 문제가 된다. 일단 아래의 왼쪽 그림을 보자.
왼쪽 그림은 일반적인 CMOS인데, 매우 두꺼운 회로층이 포토다이오드를 뒤덮고 있다. 이 상태에서는 애써 모은 빛의 상당량이 회로에 의해 가려지게 된다. 그래서 개발된 게 오른쪽 그림과 같은 BSI(Back-Side Illumination, 이면조사) CMOS 센서이다. 이런 CMOS센서는 빛을 가리는 회로층이 아래에 위치하기 때문에 더욱 효율적으로 빛을 받을 수 있다. 그럼 이런 BSI 센서는 어떻게 제조하는 것일까.
위 그림에서 회색을 회로 층, 파란색을 포토다이오드 층, 녹색을 웨이퍼(기판)이라고 하자. 일단 CMOS 센서는 왼쪽과 같은 모양으로 만들어지는데, BSI센서는 이 상태에서 녹색 부분의 웨이퍼를 모두 갈아내고, 센서를 뒤집은 뒤 다시 적절한 지지용 판에 부착하여 만들어진다. 이 때 웨이퍼를 모두 깎아내는 공정을 센서의 뒷면을 갈아낸다고 해서 Wafer Backgrinding이라 하는데, 상당히 어려운 공정이고, 불량률도 높을 수 밖에 없다. 때문에 BSI센서는 FSI센서에 비해 훨씬 비싸다. 하지만 BSI센서는 FSI에 비해 감도가 1.5배정도 좋기 때문에 의외로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이제 CMOS와 CCD의 장, 단점에 대해 알아보자. 앞에서 CCD는 하나의 아날로그/디지털 컨버터로 모든 픽셀의 데이터를 순차적으로 처리한다고 했고, CMOS는 각 픽셀마다 아날로그/디지털 컨버터가 존재한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CCD와 CMOS의 결정적 차이가 나타나는데, CMOS의 노이즈가 더 심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공장에서 나오는 제품이라도 각 픽셀에 존재하는 수백만-수천만 개의 아날로그/디지털 컨버터가 완전히 동일할 수는 없고, 각 컨버터의 미세한 특성 차이가 노이즈로 나타나는 것이다. 하지만 요즈음의 CMOS는 기준 이미지를 촬영하는 테스트를 통해 이러한 차이를 보정한 채로 출시되므로 이러한 노이즈는 거의 극복되었다고 보아도 좋다. (그래도 천체망원경의 경우 노이즈를 줄이는 게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아직 CCD를 사용한다.)
CMOS가 비록 노이즈가 약간 더 있다고 해도 DSLR등에 널리 사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름이 아니라 바로 가격 때문이다(...) 일단 CMOS는 CCD에 비해 미친듯이 싸다. CCD는 기존의 반도체 공정과는 약간 다른 공정을 통해 제조되기에 별도의 라인을 확보해야 하지만, CMOS는 CPU, DRAM이나 플래시 메모리를 제조하는 라인에서 동일한 설비만 가지고도 별다른 개조를 거치지 않고 그대로 생산할 수 있다. 때문에 CMOS는 한 칩에 이미지 센서의 기능과 이미지 프로세서의 기능을 합쳐 놓을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CPU나 RAM도 모두 합쳐 놓을 수 있기 때문에 폰카와 같이 소형화가 생명인 곳은 모두 CMOS를 사용한다. 아마 내 생각에는 CMOS의 기술이 점점 발전하고, CCD는 점차적으로 특수한 분야가 아닌 이상 점차 쇠퇴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CMOS 센서를 발명한사람이 노벨상을 받을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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